2009/03/16
Boris Berezovsky의 라이브 피아노 연주를 DVD로 봤습니다.
리스트의 연습곡이었고 곡을 들을 때마다 지쳐 있는 게 분명했다. 땀도 많이 흘립니다. 곡이 끝나면 수건으로 닦아야 할 정도다. 놀다가도 숨이 가빠지면 코끝에 맺힌 땀방울이 흩날릴 수 있다.
유난히 어려운 부분에 이르면 점점 얼굴이 시들어가는 듯 기력을 잃어가는데, 이 부분에서 떠오르는 장면이 하나 있다.
스타워즈 3에서 팰퍼틴 의장이 마스터 윈두와 씨름하다 죽는 장면이 있다. 이 장면 외에는 상황을 적절하게 표현하기 어렵다.
피아니스트 지망생이 이런 곡 하나 때문에 몸부림치며 지치는 모습을 본다면 겁도 나서 포기할 것이다. 그리고 베레조프스키의 무시무시한 테크닉은 피아니스트 지망생을 병들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.
관객들이 봤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곡에 박수를 보냈다.
이 공연을 보면 곡마다 연습곡이라기보다 연주곡처럼 들린다.
공연이 끝나면 비를 맞은 듯 옷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.
나중에 추가 영상을 보니 연주하다가 피아노 현이 부러졌다. 본편에서 피아노 현이 잘린 부분이 특집으로 편집되어 옮겨졌다.
한동안 피아노 현을 깎고 조율하는 등 시간차가 있어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편집된 연주를 보면 그런 굴곡이 전혀 없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꾸준히 무대를 장악하고 있다. 베레조프스키의 정신력은 남다른 것 같고, 피아노 줄을 부러뜨리며 여러 번 먹은 것 같다.
반면 베레조프스키의 연주 스타일과 완전히 반대되는 스타일의 피아니스트가 있다면 바로 발렌티나 리시차다.
이 여성 피아니스트는 엄청난 기교를 가지고 있음에도 너무나 쉽게 피아노를 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누구나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지지 않을까 싶다.
아, 그리고 Horowitz를 잊지 말자. 건반에 손을 얹는 것만으로도 소리가 나는 것 같고, 피아노를 칠 때의 표정이 마치 피아노를 치는 것 같아 사람을 소심하게 만든다.